Mar 1, 2009

사춘기

유아, 유년, 사춘기, 청년, 성인, 장년, 노인

내게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가 없었다. 특별히 반항하지도 않았고, 특별히 누군가, 뭔가에 푹 빠지지도 않았다. 그래서 말썽 없이 무난하게 커버린 착한 딸이었다고 생각한다. 특별한 사건이 없어 남들과 달리 특별한 추억도 없다. 사춘기 시절 친구들은 내가 심심했다고들 말한다.

근데 난 나의 사춘기가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. 특별함이 하나도 없었지만 내 인생에 가장 특별한 시기였다. 여태 사람들이 왜냐고 물어봤을 때 딱히 좋은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.

오늘 드디어 알아냈다. 뭐, 이유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, 하나의 뚜렷한 증거를 찾아냈다.

난 노래 가사를 절대 외우지 못한다. 정확히 말하자면 뭐든 잘 외우지 못한다. 그래서 외우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. 근데 신기하게도 그 때 들었던 노래들은 하나 같이 기억한다. 망각의 동물의 대표인 나인데.

지금도 흥얼거릴 때면 특별하지는 않았던 나의 사춘기 시절의 느낌과 생각이 되살아난다. 그 때 그 노래들은 아직도 내 영혼을 촉촉하게 적신다. 아니, 그때 노래만큼 다른 세계로 날아갈 것만 같이 내 영혼을 울리게 하는 게 없다.

음악에 관심이 없는 나인걸로 기억하는데, 지금와서 보니 내 사춘 시절에 들은 음악들... 꽤 수준있었구나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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